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백운호수 오리배의 물아래 [퇴근길 글쓰기 수업]
    쪼군의 서재/자기개발 2020. 6. 6. 09:57
    반응형

    행복한 순간들이 있어 추억하는 것일까? 추억이 있기에 행복한 것일까? 

    무엇이 먼저이기에 결과적으로 행복한 것인지를 증명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는 백운호수에서 오리배를 탔던 날도 하나의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할 것이다. 오리배를 타러 가는 길에 격은 감정의 기복들은 백운호수의 수면 아래에 흘려버린 체... 금요일 저녁 아빠는 퇴근시간을 훌쩍 넘기도록 사무실에 앉아있다. 퇴근 체크까지 마치고서 자리를 뜨지 못하고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책의 당일 배송은 보통 6시~7시 사이에 사무실에 도착한다. 다른 날이면 내일 아침을 기약하겠지만 오늘은 금요일이다. 휴일에 읽고 싶은 책을 기다리고 있다. 토요일 전날 아빠랑 늦게까지 놀고 싶어 하는 두 아이들을 일찌감치 침대로 불러들인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새로 받은 책을 읽는 'ㅃㄸ'(빡독)으로 휴일의 시작을 계획한다. 물론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도 신나는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백운호수 오리배

    그는 코로나로 한동안 외출 계획 자체를 잊고 지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주말 나들이 조차 가로막는다. 남자아이 둘의 방콕 육아에 지친 엄마는 휴양림 나들이를 추진한다. 갑작스러운 외출이지만 기왕 나가기로 마음먹었다면, 서둘러 나가는 게 답이다. 망설이고 뜸 들이다 보면 출발도 늦고, 귀가시간도 늦고, 취침시간도 내일 아침 기상시간도 줄줄이 늦어질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내심 안 갔으면 하는 눈치다. 어제 기다렸다 받아온 책도 주저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침은 간단히 먹었고, 점심은 일단 가서 해결할 계획을 세운다. 두 부부는 일사불란하게 외출 준비를 한다. 아이들도 스스로 옷을 챙겨입니다. 가족 4명은 각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아빠는 언제든 짐꾼이 될 수 있도록 백팩을 짊어 멘다. 넉넉한 수납공간에는 얇은 점퍼와 아이들의 물병 2개, 커피도 옮겨 담는다. 그리고 잠깐 망설이다가 책 한 권도 챙겨 넣는다. 가족 나들이에 책을 펼쳐는 여유는 분명 사치다. 그래도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런 마음들까지도 몽땅 쓸어 담는다.

    바라산 휴양림 가는길

    6살 둘째 아이는 출발할 때부터 소리를 지른다. "언제까지 가야 해?" 아직 출발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큰 아이도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그랬었다. 앞으로 3년은 저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달랜다. "지금 5분 정도 왔어, 그리고 앞으로 30분을 더 가야 해" 부모는 최선을 다해서 친절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2~3분 간격으로 똑같은 질문을 할 것이다. 벌써부터 귓가에 녹음기가 돌아가는 것 만 같다. 는 바라산 휴양림 방향으로 접어든다.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곳이다. 서울로 출퇴근길에는 항상 쌩~하고 지나치는 곳이다. 전에는 좀처럼 빠져나가는 차들을 못 본 것 같은데, 오늘따라 나가는 차들이 줄을 잇는다. 의식하지 못했던 탓일까?

    휴양림 입구가 보인다. 토요일 오전 휴양림 입구에는 차가 한대도 보이지 않는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 타이밍에 아이의 질문이 날카롭게 파고든다. "언제까지 가야 해?"  동시에 입구에 놓은 바리케이드와 두 가지 키워드가 눈에 들어온다. '코로나 19 / 입산금지' 아이의 인내심은 진작에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가고 있다. 15분 전부터 부모는 연신 ' 이제 거의 다 왔어'를 연발했다.  이미 아빠는 양치기 소년이 되었다. 양치기 아빠는 거짓말과 더불어 자재력까지 잃고서 적반하장으로 짜증을 낼 낌새다. 거짓에 더러운 성질까지... 진정한 악당의 자질을 모두 갖추었다. 

     

     

    아빠는 입구에서 좌회전을 하여 골목 언덕으로 올라간다. 차를 돌려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좁은 2차선 길 끄트머리에 이르지 않고는 달리 회차할 방도가 없어 보인다. 언덕 끝에는 멋진 식당이 나온다. 아이들과 편하게 이용할 분위기의 식당은 아니다. 아이들도 낯선 식당에 낌새를 챈 건지 우리가 이곳에 온 거냐고 묻는다. 다행히 아이들은 목적지 자체를 잊은 듯하다. 아빠는 길을 잘못 들었다고 둘러대며 식당 앞 주차장에서 차를 잠시 새운다. 잠깐 멈추고 차에서 내린다. 다음을 생각하기 위해서 숨 고르기를 한다. 트렁크에서 백팩을 꺼내온다. 아이들에게 물병을 건네주기 위해서다. 연신 언제 도착해를 외친 둘째는 목이 탈것이 분명하다. 백팩을 앞으로 끓어 앉고 다시 운전석에 앉는다. 지퍼를 더듬어 찾으며 아들과 눈을 맞춘다. 손은 자연스럽게 백팩을 더듬어 지퍼를 열고 손 끝의 감각으로 물병을 잡는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시원한 감각은 물병의 촉감 만은 아니다. '물기'  그것이 '물'이라는 것을 인지 했을 때 그의 모든 감각세포들은 극도로 민감해진다. 그리고 무릎 위로 축축하게 스며들고 있는 물을 감지한다. 가방을 덥석 집어 들어 핸들과 다리 가랑이 사이로 재빨리 내려놓는다. 잘 닫히지 않았던 물병은 이미 가방 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가방의 바닥의 실밥 사이로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알기 전 아주 짧은 순간 아빠의 바지를 충분히 찝찝할 만큼 적셨다. 이런 외부적 상황이 그의 인내심을 버량 끝으로 몰고 가고 있을 때 번쩍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물건이 있었다. 어제저녁 애타게 기다리게 했고, 오늘 아침 피곤한 그를 잠에서 불러내어 책상에 앉게 만들었던 바로 그것이다. 아직 1 챕터도 읽지 않은 새로 받은 책, 물이라는 액체 앞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종이로 된 그것이다. 지금 그의 손에 들려있는 쪼글쪼글 해진 종이뭉치는 그에게 남아있던 작은 인내심까지도 깨끗이 쓸어가 버렸다. 

    모든 것이 원망스럽게만 느껴진다. 이 순간 그는 세상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그를 사로잡은 피해의식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 아이를 원망하고, 갑작스러운 외출을 하자던 엄마를 원망한다. 그리고 항상 목마름을 참지 못하는 큰 아이 때문에 물병을 챙기게 되는 상황을 빌어 모두를 원망한다. 그리고 펼쳐 볼 시간조차 없을걸 알면서 책을 굳이 가방에 담았던 그 자신까지도 세상에 둘도 없는 멍청이로 몰아 새운다. 

    물기

     

    말없이 차를 돌려 다시 내려오는 반대 길에는 멀리 호수가 보인다. 백운호수다. 경치가 멋있다는 생각이 방금 전 상황의 긴장감을 일부 수그러뜨린다. 아이들도 창문 밖으로 경기를 두리번거리며 자연을 감상하는 듯하다. 아빠는 다음 행선지를 정하기 위해 길가에 잠시 차를 새운다. 오가는 차가 없지만 그래도 한적한 곳에 새우려다 보니 아까 지나쳤던 경운기 옆이다. 아이들은 쪼르륵 나와서 경운기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다. 경운기가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부모는 상의를 한다. 백운호수로 목적지를 변경한다. 호수는 출입을 막아 놓지는 않았겠지, 혹시라도 막혔다면 근처 카페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된다. 백운호수는 그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는 듯 따뜻한 햇살과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인파로 반겨준다. 그리고 호수 오른쪽 끝 편에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배는 긴 시간을 참고 기다린 남자아이 둘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삶의 여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불행을 마주하지만 기대하지 못한 보석 같은 행운도 만난다. 이렇게 좋은 날에 가족이 함께 오리배를 탔던 소중한 추억은 그들에게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추억

    [끝]

    쪼군의 첫 서사 에세이

     

    퇴근길 글쓰기 수업을 읽고 있습니다. 글쓰기의 방법을 알고 훈련을 통해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배학수 교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글쓰기 이론에 따라서 예시문을 참고하여 서사 에세이를 한편 써봤습니다.

    저의 첫 서사 에세이 "백운호수 오리배의 물아래"는 두 가지 글쓰기 요소를 적용하였습니다.

    퇴근길 글쓰기 수업

    첫째 낚싯바늘 문장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낚싯바늘과 같은 문장입니다. 글의 시작에 한두 문장으로 배치되는 문장입니다. 

    낚싯바늘 문장의 다섯까지 법칙
    1. 흥미 있는 일화
    2. 긴장된 문장
    3. 도발적 질문
    4. 인용
    5. 놀라운 사실

    둘째 서사 아크

    각 단락별로 구조를 잡고 글을 쓰고, 퇴고하였습니다. 

    1. 해설
    2. 상승 행동
    3. 위기
    4. 절정(해소)
    5. 하강 행동(대미)

    '서의 아크'에 따라서 구성하였습니다. 우선 내용이 아크 곡선을 따라서 흘러가는 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책에 소개되고 있는 '낸시 펀치스'의 스토리 사례를 참고하였습니다. 

    서사 아크

     

    저는 "행복한 순간들이 있어 추억하는 것일까? 추억이 있기에 행복한 것일까? "라고 시작했습니다. 저는 몇 번을 적용했을까요? (4번, 3번..., 모르겠음) 놀랍게도 3번 '도발적 질문'입니다. 제가 처음 써본 서사 에세이에 어울릴만한 '도발적 질문'은 '행복과 추억' 누가 먼저냐라는 질문입니다. 한참을 고민하고 몇몇의 서문들 중에서 고른 것입니다. 제 훅 문장(낚싯바늘 문장)에 점수를 매긴다면 5점 만점에 0.8점 정도 주겠습니다. 이처럼 법칙, 이론을 배운다고 해서 끝은 아닙니다. '아는 것'과 적용 가능한 '실력'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 부족한 훅 문장에서 확연하게 드러납니다.ㅜㅜ

     

    하지만 이론을 배우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정말 다른 세상입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서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욕심이 생기고 자주 쓰면 늘겠지 생각하지만 생각처럼 잘 안됩니다. 이론을 알아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는 삶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노력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은 노력의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반복 숙달의 실천 또한 쉽지 않고, 바쁜 하루를 사는 저에겐 시간이라는 자원도 매우 한정적입니다. 노력에 효율을 더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샐프 피드백'입니다. 스스로 평가를 하고 칭찬과 반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독서를 바탕으로 이론 공부를 통해 '샐프 피드백'의 기준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읽고 / 쓰고/ 분석(피드백)으로 성장하자

    책에서 배운 점을 일상에 하나라도 어떻게든 적용하려고 합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 보겠습니다.

    2020년 일주 일독 / 일서평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강 행동 또는 대미에서 명심할 한 가지는 가능한 한 빨리 짐을 사서 무대를 떠나라는 것입니다. 255

     

    이 책을 추천한 크리에이터

    체인지 그라운드 [웅이사의 책터뷰] 1. 글 잘 쓰는 사람들의 "글쓰기 정석"

     

    웅이사의 책터뷰

    2. 당신의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

    3.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